최근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지위와 권리 보장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의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호 협약' 채택 이후, 국내 노동 시장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플랫폼 종사자에게 적정 보수와 휴식권을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연말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이와 함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추정제'란 무엇인가?

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업무 환경 기준

근로자 추정제는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계약 형식(프리랜서, 개인사업자 등)과 무관하게, 실제 일하는 현장의 실태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고용 지위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서류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플랫폼의 지휘나 통제를 받으며 일하는 종사자는 우선적으로 '근로자'로 추정받게 됩니다. 즉, 스스로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노동자가 아닌 기업 측으로 넘어가게 되어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구제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의 시너지 효과

정부는 국제 협약을 국내에 적용할 핵심 수단으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를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묶어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한 고용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 두 가지 법안이 맞물려 시행되면 플랫폼 종사자들은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하게 됩니다.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이 4대 보험 적용, 주 52시간제 등 근로기준법상 핵심 권리에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권리들


단체교섭권 및 노동 기본권 보장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면,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등 핵심적인 노동 기본권이 보장됩니다. 그동안 파편화되어 있던 노동자들이 정당하게 노조를 설립하고,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깁니다.

이는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노동 환경 전반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노사 간의 합법적인 대화 창구가 열리면서 보다 체계적인 권익 보호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혹서기·혹한기 대비 작업 중지권 확대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작업 중지권'의 보장입니다. 배달 기사나 택배 기사 등은 야외에서 일하거나 이동이 잦아 폭염, 한파,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 환경과 산업재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적법한 작업 중지권을 보장받기 어려웠습니다. 새롭게 추진되는 법안은 이러한 위험 상황에서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플랫폼 노동자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 공개 의무화와 투명성 확보


배달 배차나 임금 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알고리즘'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도 강화됩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조건과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와 작동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알고리즘 자체는 기업의 핵심 영업 비밀에 해당하므로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소스 코드 전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조건에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선에서 투명성과 기업 보호를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쟁점

플랫폼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

노동계의 환영과 달리 산업계와 경영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다양한 고용 형태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일괄적으로 '근로자'로 묶을 경우, 기업이 감당해야 할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대 보험 가입 의무화, 각종 수당 지급 등으로 인해 플랫폼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결과적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플랫폼 산업 전체의 유연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노동계의 즉각적인 비준 및 법안 통과 요구

반면 노동계는 ILO 협약의 즉각적인 비준과 함께 패키지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만큼,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입장입니다.

결국 정부의 과제는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를 촘촘하게 보호하면서도 플랫폼 산업의 동력을 꺾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통해 권리 보호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 각 조항에 맞게 개별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현실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배달기사나 택배기사는 2026년부터 무조건 근로자로 인정되나요?

A1.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자 추정제'는 일정한 요건(플랫폼의 통제 여부 등)을 충족할 경우 우선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기업이 해당 종사자가 개인사업자임을 명확히 입증한다면 근로자 인정이 반려될 수도 있습니다.

Q2. 플랫폼 기업의 배차 알고리즘은 어디까지 공개되는 것인가요?

A2. 기업의 핵심 영업 비밀인 소스 코드를 전부 공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차 순서, 수수료 산정 등 노동자의 근무 조건과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와 작동 방식'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사전 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Q3.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언제부터 시행될 예정인가요?

A3. 정부는 2026년 본격적인 제도 안착을 목표로 연말까지 입법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사 간의 의견 조율과 국회 통과 절차에 따라 정확한 시행 시기는 변동될 수 있으나,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은 국제적 흐름에 따라 빠르게 가시화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