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통과로 내 통장에 꽂히는 지원금이 가계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당장 현금이 생기고 지역 상권에 활기가 도는 것을 보면 "정부가 돈을 더 많이, 자주 풀면 모두가 부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달콤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경제 뉴스를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정부가 대규모 추경안을 발표할 때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제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냅니다. 내가 받은 지원금으로 마트에 갔더니, 오히려 밥상머리 물가가 훌쩍 뛰어올라 장바구니가 가벼워진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오늘은 정부의 돈 풀기(추경)와 물가 상승 사이에 어떤 무서운 상관관계가 있는지, 그 경제적 원리를 아주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시중에 돈이 풀리면 생기는 일: 통화량 증가와 화폐 가치 하락
물가가 오르는 원리를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돈(화폐)에 적용해 보아야 합니다.
정부가 빚을 내서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재난지원금이나 각종 보조금 형태로 시장에 뿌리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통화량)이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세상에 어떤 물건이든 흔해지면 그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중에 돈이 너무 흔해지면 돈의 가치는 하락하게 됩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예전에는 1만 원 한 장으로 살 수 있었던 국밥 한 그릇을 이제는 1만 2천 원을 주어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물건의 실제 가치가 올랐다기보다는, 내가 가진 지폐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2. 수요를 자극하는 현금성 지원의 나비효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지원금을 조금 줬다고 물가가 그렇게 확 오르나요?"입니다. 여기에는 심리적 요인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모든 사람의 통장에 일제히 꽂히면, 사람들은 평소라면 아꼈을 지출을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소고기나 사 먹을까?", "고장 난 가전제품을 이참에 바꿀까?" 하며 시장에 물건을 사려는 사람(수요)이 순식간에 폭발합니다.
하지만 시장에 준비된 소고기와 가전제품(공급)은 하루아침에 늘어나지 않습니다. 사려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물건은 한정되어 있으니, 상인들은 자연스럽게 가격을 올리게 됩니다. 정부의 선의로 지급된 예산이 오히려 시장의 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물가 폭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3. 중앙은행(한국은행)과의 정책 엇박자: 금리와 예산의 충돌
추경과 물가의 상관관계를 볼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고급 지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가 정책의 '엇박자' 현상입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면 이를 잡는 책임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물가를 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서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려고(긴축) 노력합니다. 대출 이자가 비싸지면 사람들이 빚을 갚느라 돈을 덜 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려 돈을 빨아들이는데, 다른 한쪽에서 정부가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수십조 원의 추경을 편성해 돈을 뿌린다(확장)면 어떻게 될까요? 불을 끄려는 소방관(한국은행)과 불을 지피는 사람(정부)이 동시에 일하는 셈입니다. 결국 물가 잡기는 실패하고, 서민들은 높은 금리와 높은 물가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위험이 큽니다.
4. [경험 기반 팁] 딜레마에 빠진 경제 뉴스 제대로 읽기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의 선택은 언제나 딜레마의 연속입니다. 돈을 안 풀자니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당장 굶어 죽을 판이고, 돈을 풀자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결국 전체 국민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앞으로 경제 기사를 읽으실 때는 "추경이 통과되었다! 만세!"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이번 예산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핀셋으로 꼭 필요한 곳에만 잘 지원되었는가?"를 따져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식 예산은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으로 우리에게 다시 청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정리: 핵심 요약 3줄]
정부가 추경을 통해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게 되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여 필연적으로 전체적인 물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지원금으로 인한 일시적인 소비(수요) 폭발은 물건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물가를 잡으려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정책과 정부의 돈 풀기(추경) 정책이 충돌하면 경제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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